안녕하세요. 판사의 하루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포스팅을 해봅니다.

우선 판사가 되는 방법은 별도로 "판사나 해볼까?", "판사 되는 법(재판연구원)" 편에 포스팅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판사로 발령받고 나서

 

업무관련

주 업무는 기록 검토와 재판, 판결문 작성이 대부분입니다. 재판은 법원과 담당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에 1회, 또는 2회 이상을 합니다. 사건이 접수되고 기록과 증거를 검토한 뒤 심문기일 또는 변론기일을 열어 양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고, 더 필요한 증거가 있는지 있다면 추가로 제출하도록 하고 다시 검토를 합니다. 더 제출할 증거나 서류가 없다면 검토한 서류 및 증거와 당사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선고기일에 선고를 합니다.

기록이 몇 수레(카트) 채로 오는 날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판결문의 경우 주문과 이유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결정이나 명령의 경우 정형화된 내용에서 약간의 변형을 요하는 경우 재판부 참여관이나 참여 실무관이 초안을 작성하여 결재를 올리면, 검토하여 결재를 합니다.

법원 사무관 등과 실무관은 형식적인 절차를 검토를 주로 한다면 판사는 실체적인 부분을 주로 판단합니다. 물론 형식과 실체는 상호작용을 하므로 서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도시에 있는 법원에 근무하게 되면 1~2가지 재판 업무만을 집중적으로 하지만,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다양한 재판업무를 하게 됩니다. 민사소송을 주 업무로 하고 가압류나 가처분 등의 업무를 부수적으로 하기도 하고, 형사재판을 주 업무로 하면서, 영장이나 감치 관련된 부수적인 업무도 합니다.

 

재판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재판 외적인 업무로는 타기관과의 업무협조(공문 검토, 선거관리 업무 등), 관련 기관 방문과 법원에서 하는 각종 행사, 각종 회의에도 참여하기도 하는데, 가정법원의 경우 행사가 지방법원에 비하여 많은 편입니다. 재판이 많이 있는데 행사까지 많은 달에는 야근과 주말 출근은 필수입니다.

 

단독판사로 근무하다가 합의부 배석이 되기도 하고, 합의부 배석이 되어서는 부장판사님을 중심으로 3명이 한 재판부를 이루는데 주심이 부장판사님이 가 주심, 판사 1이 나 주심, 판사 2가 다 주심으로 번갈아 가면서 기록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되, 3명의 판사가 모두 검토하고 상의하여 판결을 합니다. 재판 업무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로 법원 건물 안에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법정, 식당, 화장실을 가는 것 이외에는 이동이 없는 편입니다. 현장검증을 가게 되거나 외부 행사가 있다면 건물 밖을 나가겠지만 1년에 몇 번 없는 일입니다.

 

급여 관련

판사는 법원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고 월급을 받습니다. 급여체계는 연봉이지만 다른 직장처럼 연봉을 12개월로 나누어 지급받습니다.

법조경력과 호봉에 따라 월급이 차등 지급되고 연봉 책정은 평가를 거쳐서 내려오는데 월급이 들어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받습니다.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법원 근무시간에 맞춰져 있지만, 일이 많으면 별도로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출근을 합니다. 연봉제라서 추가 업무를 한다고 해서 별도로 수당을 주지는 않습니다.

과거 사법시험(사법고시) 출신 중에는 바로 연수원을 거쳐 판사로 임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시험 출신으로 변호사를 하다가 판사로 임용되므로 변호사를 하면서 실무 경력을 쌓고 수입을 모아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월급이 대기업 수준으로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생활하는 데는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근무환경

법원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단독 판사 2~5명 정도가 한 사무실을 쓰고, 부장판사로 승진하면 조금 더 대우가 좋아지기는 합니다. 사무실에서 최대한 방해받지 않고 기록을 검토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법원장님과 부장판사님 그리고 다른 단독 판사님들과 법원 직원분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며,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어울리기도 하고, 회식도 같이 하고 동호회 활동도 합니다.

전국 단위 발령이라 서울 출신이라도 지방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꼭 내가 원하는 재판부에 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의사를 반영하여 인사배치를 해주는 편입니다. 발령 순위와 제직 근무 기간에 맞춰서 자리가 난다면 희망하는 지역과 희망하는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시골 지역에 발령받는 경우 관사가 주어지기는 하나 시설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별도로 월세나 전셋집을 구하여 생활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로 지내는 기간이 많습니다. 그래도 ktx와 고속도로가 전국에 잘되어 있어서 괜찮은 편입니다.

식사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주로 법원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재판부와 같이 식사를 하거나 , 같은 사무실을 쓰는 판사님들과 식사를 하러 나갑니다.

 

 

법정에서

소송물만을 다투면 좋겠지만 살아온 이야기 즉 일대기를 말씀하시는 당사자가 있습니다.  같은 기일에 다음번 재판을 기다리는 다른 당사자들도 생각해주셔야 되는데... 딱 쟁점과 관련된 말씀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웬만하면 청취하지만, 친구와 술자리에서 할 만한 이야기까지 하신다면 잠시 양해를 구해 제지하고, 심문이나 변론을 진행합니다.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자기주장이 맞다면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면서 법정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시는 분도 종종 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이 재판 기일을 위해 밤낮으로 기록을 검토하고 부족한 서류를 보정명령을 통해 수회 보정하도록 하였음에도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패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법정 안팎으로 소란을 피웁니다. 증거를 갖추어서 이의신청이나 상소 등의 불복신청 절차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칼로 자르듯이 딱 잘라서 재판을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민사소송이나 가사소송에서는 일방 당사자의 잘못 보다는 쌍방에 잘못이 조금씩은 있는 편입니다. 이런 경우 무조건 원고 승이라고 딱 자르기보다는 화해권고 결정이나 조정 등을 통해 종결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양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재판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쟁점이 치열하고 쌍방 모두 책임이 있다면 한 발씩 물러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글을 마치며

법원 업무가 "공장에서 일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분이 더러 있습니다. 쏟아지는 사건, 미제사건을 줄이기 위해 재판을 열심히 하면서 기록을 처내지만, 어김없이 또 신건이 접수됩니다. 일이 끝이 없으니 일 같습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기준이 다르지만, 직업으로 보았을 때 판사라는 직업은 약간은 "빛 좋은 개살구" 아니 개살구는 아니고 그냥 살구 정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좋은 집, 외제차 풍족한 삶은 원한다면 판사라는 직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법복을 벗고 퇴근길에 만나면 서로 그냥 회사원 같고 동네 형이나 언니, 아저씨, 아줌마이지 판사라고 해서 국밥집에 가면 고기를 더 주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얼굴에 "나 판사예요"라고 써붙이고 다니지는 않죠.^^

 

나름 현실적인 판사 브이로그를 포스팅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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