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씨가 스웨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하고(노밸 문학상 급이라고 하는군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송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래도 유명한데 더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출처 tvn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백희나씨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 사건이 있는데 바로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 문제입니다.

 

사건의 발단

백희나씨는 한솔교육과 저작물개발용역계약을 맺습니다. 구름빵을 만든 사람은 백희나씨이지만, 한솔교육이 발간하는 북스북스 플러스라는 월간 그림책에 구름빵이 실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계약을 맺는데,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하고, 저작물을 공표하는 것을 허락한다. 한솔교육의 허락 없이는 백희나씨가 다른 제3자에게 위 저작물을 사용하게 허락할 수 없다, 한솔교육은 저작물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한도에서 2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백희나씨가 2차적으로 사용하려면 한솔교육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즉 백희나씨는  구름빵의 글과 그림을 만들어서 일정한 금액을 받고 한솔교육에 넘긴 것이죠.

 

"돈을 받고 판것이나 다름 없는데 왜 소송을 걸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계약 해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백희나씨든 한솔교육이든 상호간 상대방의 승인 없이 계약을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양도한 경우 이 계약이 해지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계약 내용을 토대로 백희나씨가 한솔교육에게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요.

 

한솔교육은 한솔수북이라는 출판업을 하는 회사를 분할하여 신설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한솔수북에서 구름빵을 활용하여 영업을 하게 되죠. 이 부분에서 백희나씨는 한솔교육이 승인 없이 타인에게 위임하고 양도한 경우이므로 이 계약이 해지된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반면 한솔교육은 한솔수북이 타인에게 양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법원의 판단

우선 계약을 하면서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게 넘기고, 돈을 받았으므로 저작권은 한솔교육에게 있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계약서에 허위의 사실이 없고, 보통의 성인이 이해하고 계약서에 싸인을 했으므로 유효한 계약이므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백희나씨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솔교육이 한솔수북을 만들어서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을 넘기고 이용하게 된 것이 과연 "타인에게 양도"한 것일까요?

 

법원은 한솔교육이 한솔수북을 신설하면서 이에 따른 법적 효과로 저작재산권을 포함한 출판사업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다른 회사가 아니라 출판 업무만 따로 진행하게 했다는 뜻이죠.

 

그러므로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을 타인에게 넘긴 것이 아니므로 위 계약에서 말하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1심 2심 모두 원고 백희나씨의 청구를 기각하게 됩니다.

 

백희나씨의 패소.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친 백희나씨의 주장

예능에서 일부 편집이 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짧은 시간에 백희나씨의 주장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입니다만, 계약할 때 계약서를 잘보세요, 싸인하라고 해서 싸인 했죠. 작가님들은 처음 계약할 때 자신의 가치를 너무 낮추지 마세요라는 취지의 발언에 비춰 보면, 백희나씨 본인도 충분히 다 알고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위 초보 작가라는 을의 입장에서 출판사인 갑과의 계약서어 과연 협상을 하면서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지 못한 점에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도 하였죠.

출처 tvn

 

그리고 계약서가 일반적으로 모든 작가들과 맺는 계약인데 싸인하라고 해서 싸인 했다. 잘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은 어쩌면 계약서라고 불리지만, 약관처럼 보이고 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고지 받지 못했으므로 잘못된 계약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였습니다만(약관규제법), 이 또한 성인이고 저작물과 돈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잘 읽어보지 못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초보 작가가 계약서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

성공할 지도 실패할 지도 모르는 저작물, 출판사 입장에서는 스타 작가도 아니고 상품성도 검증되지 않는 초보 작가의 작품을 계약할 때 선뜻 작가에게 유리하나 계약을 하게 될까요? 출판사는 손해를 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싼 금액을 처줄까요? 그런 곳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출판사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싸인만 하면 될까요? 아닙니다. 독소조항. 불공정 계약인지 아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에게 검토할 지식과 능력이 없다면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를 검토 받아보길 바랍니다.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면 큰 돈은 아닐 지라도 만족할 만한 금액이고 작가 자신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면 계약을 하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처음에는 계약만 맺어줘도 감지덕지 하다가 잘 팔리니까 이제와서 수가 틀어지니 소송을 제기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반면 작가 입장에서는 자기가 창작한 창작물이 자신의 뜻과 의도와 상관 없이 2차적으로 활용되면서 다른 의미로 변색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내가 낳은 아이를 학교나 학원에 맞겼더니 다른 방향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일까요?

초보 작가는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는 업계 분위기를 탓하면서 이런 부조리함을 막고 세상에 알리고자 2심까지 소송을 제기했다는 작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은 되지만, 저작물은 공산품과는 다르게 그 가치를 딱 정하기가 사실상 쉽지가 않습니다.

 

구름빵 중에서

아무튼 계약서 작성할 때는 보통의 성인으로서 충분히 인지하고 싸인을 하시기 바랍니다(출판해 준다고 기분 좋아 섣불리 싸인하거나, 을이라서 어쩔 수 없이 싸인을 하는 등 안일하게 계약하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가 된 경우는 다른 회사가 아닌 특정 사업에 권리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회사라는 점을 염두해 두기 바랍니다.(한솔교육 -> 한솔수북 : 출판 사업에 대한 권리를 포괄적으로 승계. 상법530조의 10)

 

참고로 성명표시권 침해과 관련하여 강원정보 홈페이지에도 original work에 작가의 성명이 표기 되어 있으며, 구름빵 엔딩 크레딧에도 원작에 작가의 성명과 한솔수북이 병기되어 있어서 성명표시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한솔수북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도 저작권자이므로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2차적 저작물에 있어서도 구름빵에 등장한 캐릭터에게 새로운 설정을 하게 되는데 나이와 성별이 생기고 가족과 주변 등장 인물이 추가 됩니다. 이 부분에서 동일성 유지 여부를 침해 주장할 수 있으나,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로 볼 만큼 유사성을 해친 정도의 변경이 아니라고 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초기의 캐릭터 설정과는 차이가 있지만, 나이를 먹어가든지 옷을 바꿔입든지 친척이 생기는 것은 그 저작물 고유의 동일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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