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포스팅합니다.

대법원에서 특이한 판례가 있어 소개를 합니다. 2015도9436 대법원 판례인데 1심부터 5년여간을 계류 중이다가 드디어 판결이 났습니다. 결과는 파기환송. 이전 단계 재판(2심)이 잘못되었으므로 대법원에서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채팅으로 만난 미성년자를 속여서 성관계를 한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1. 사건의 경위

30대 남성은 인터넷 채팅 앱을 통해 10대 여학생(14세)을 만나게 됩니다.

10대 여학생의 입장에서는 30대 남성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므로, 남성은 자신이 고등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둘은 사귀기로 하고 채팅을 계속하면서, 여학생의 신체를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고 실제로 사진을 받아본 남성은 성관계를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 성관계를 하기 위해 핑계를 만들어 내는데,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있는데 스토킹이 너무 심해 죽을 지경이고, 이로 인해 지금 만나는 여학생과 헤어질 것 같다면서 거짓말을 하고, 여학생은 자신을 버리지 말라며 애원하게 됩니다. 기회를 잡은 남자는 스토킹녀를 떼어내려면 다른 선배와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서 스토킹 여성에게 보내주면 다른 여자랑 깊은 관계라고 생각해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선배와 성관계를 유도합니다.

둘은 아직 실제로 만나기 전이죠(랜선 연애). 채팅에서만 만나서 사귀는 사이. 실재로 만난 30대 남자는 도저히 10대 고등학생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선배로 속이고 만나서 성관계를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결국 만나게 된 두 사람. 자신을 선배라고 소개하면서 여학생과 만나게 되는데  당일 태풍이 몰아치는 기상 상황과 타 지역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피해 여성이 쉽게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점을 이용. 스토커 여자를 떼내기 위해 성관계를 맺습니다. 피해 여성의 거부에도 남성은 성관계를 하게 되고, 여성의 신고로 남성을 재판을 받게 됩니다.

 

2. 1심 2심에서의 무죄

기존 판례는 성관계 그 자체에 위계가 있는 점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어 이 판례를 들어 1심, 2심은 위계 등 간음에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기존 판례의 예를 들면, 기를 불어넣어주겠다면서 성기를 삽입, 안수기도를 해준다면서 간음, 치료를 해주겠다면서 성관계, 천국을 가자면서 성관계 등 성교 행위 자체에 속임수를 써서 성행위를 함으로써 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위 상황에서는 성관계 자체가 아닌, 성관계를 하기 위해 여성을 유도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속임수가 있었으나, 성관계 즉성기 삽입 등 (우리나라에서는 강간죄의 기수에 삽입설을 취하므로 표현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양해 바랍니다)에는 속임수가 없었고 피해 여성도 14세이고 그 행위가 성관계임을 알 수 있는 정도의 지적 수준이 된다고 보아 1심, 2심은 위계가 없으므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된 것입니다.

 

3. 검사의 상고

1심 무죄에 그리고 2심 무죄에 검사가 상고하게 되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4. 달라진 대법원의 판결

기존에 성관계에 있어서 위계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던 판례를 뒤집어, 이번 2015도9436 판결은 조금은 위계와 죄에 있어서 인과관계를 확장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한 것을 말한다. 성폭력 범행에 있어서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려는 입법 태도, 피해자의 인지적, 심리적, 관계적 특성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속임수로 성행위를 하는데 그 성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성행위를 하기 위해 유도하는 과정에서의 속임수도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의 위계에 포함되므로 유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5. 기존의 판례

위계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예전 판례는 이번 판결 내용 중에서 배치되는 것은 변경되므로 쓸모가 없고, 나머지 내용은 그대로 유효하게 적용됩니다.

 

6. 성범죄에서의 미성년의 보호

형법상 피해자의 나이를 14세가 아닌 전체 미성년으로 하자는 의견 등이 있으며, 과거에 비해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의 법감정, 여성 인권의 신장, 특히 미성년에 대한 보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 판례는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하는 시작점이라고 평가합니다.

 

7. 글을 마치며

과거 단순히 성기를 삽입할 때 기를 불어넣는다는 둥, 안수기도를 해준다는 둥, 치료를 해준다는 둥 여성을 속여서 간음하는 1차원 적인 상황이 아닌 보다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장하고 범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하기 위한 국민 법감정을 고려한 판결입니다. 한편으로는 구성요건의 범위를 확장해서 피고인의 인권을 더 침해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형법에서 세세하게 규정하지 못한 것을 어쩔 수 없이 판례로 사건을 해석해서 그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그 판례는 세상이 변하고 나서 수많은 문제점이 나온 뒤에 비로소 판결이 되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판례는 좋은 판례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시대가 변하고, 1심부터 대법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시간에 좋은 감정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성범죄가 발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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